"항복하시겠습니까?""아니.""...다시 한 번 여쭙겠습니다. 항복, 하시겠습니까?""아니.""왜!""..." 그는 제게 화를 내고 있었다. "절 사랑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미안하구나." 월국의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황자님은 썩어빠진 옛 제국의 위상이 연인보다 중요한 것입니까. 제가 연모한다 하지 않습니까.도대체...황자님은 자신을 보며 오열하는 황제를 창섭은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손이 묶여 있어, 칼날이 목을 겨누고 있어, 어린 날의 기억처럼 끌어 안아 달래주진 못 하지만 따뜻한 눈빛으로 황제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내 이리 헛되이 생을 마감할 줄 알았다면 한 번 더 사랑한다 말할 것을. "눈물을 보이는 군주라니, 옳지 않구나.""창섭아.""역적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도 옳지 않아.""대..
5 지금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지 눈을 감았을 뿐인데 언제부터 잠을 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왜 눈을 뜨고 나니 그렇게 피해 다니던 육성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잘 돌아가지 않는 맷돌을 굴려보는 동안 땀범벅인 육성재나 쳐다보고 있었다. 이 밤에 운동이라도 했나, 왜 저렇게 땀을 흘려. 인상을 쓴 채로 뭐라고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지금 내 상태가 제 정신이 아니므로 일단 패스. 근데 얘는 왜 울려고 하지. 한참 가열되던 머리를 멈추고 귀만 살짝 열어봤다. 뭐라고? “좋아한다고!”“어?”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사실 문장이 되어서 귀에 박히는 말은 하나도 없다. 특정 단어들만 크게 확대되어서 들리는 기분. 예를 들면 좋아해, 게이, 미안, 고백. 육성재의 눈을 쳐다보았다. 나는 ..
4 이창섭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음, 사실 잘 모르겠다. 처음 본 건 나잇대가 십의 자리를 훨씬 못 채웠을 때니까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닐 테고, 항상 보는 게 이창섭이니까 뭐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고-군대 가기 전부터 좋아했으니- 그냥 어쩌다 보니 이창섭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백퍼센트 우정인 줄 알았다. 걔랑 다닌 시간이 한 두 해였어야지. 그러다가 뭐, 키스했다. 이건 이창섭한테는 무덤까지 가지고 갈 비밀인데, 고2 때 저질러 버렸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둘-육성재, 이창섭-의 친구들은 호기심만큼이나 용감함도 맥시멈에 달한 고삐리들이었기 때문에 수학여행은 그들의 용기를 시험해 볼 만한 좋은 기회였다. 그런 연유로 남고 수학여행에 등장한 것이 여섯 병의 소주. 인원에 비해 얼마 가져오지도 못 ..
3 강의 중간에 잠깐 말을 건 것 빼고는 내내 눈을 감고 있던 육성재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라도 마셔야 교수님 얼굴이라도 보지.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나 아메리카노 싫은데-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그대로 무시하고 진동벨을 받아 육성재에게 건넸다. 카페 소파 위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불알 친구는 아직도 시차 적응이 안 되는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는 중이다. 저러다 탈 나려고. “너 돈 없어?”“아니.”“근데 왜 그래, 요즘?”“그냥. 사고 싶은 게 있어서.”“그게 뭔데.”“몰라도 돼.”“왜, 뭔데. 설마 사채?”“아, 진동 울린다. 커피나 가져오셈.” 확실히 느낌은 있다. 얘가 뭔가를 숨기려는 느낌. 의심스러운 냄새를 폴폴 풍기며 다시 눈을 감는 게, 여간 의뭉스러운 게 아니다. 있는 집 자식이 ..
2 아, 속쓰려. 어제 술자리에 어린 애들이 있던 게 문제였는지 아침 햇살에 눈을 뜨자마자 변기로 직행해야했다. 한참을 웩웩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몇 분 동안 화장실 바닥에 앉아 기억을 더듬어본 결과, 아무래도 육성재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신경 안 쓰는 척 하면서 은근히 챙길 것 다 챙겨주는 짝남의 츤데레미는 이창섭을 미치게 하는 두 번째 요소다. 물론 첫 번째는 당빠 아이돌 뺨치는 비주얼. 모닝 화장실의 목적이 구토든 세수든, 들어간 김에 더러운 몸뚱어리도 씻어버리고 축축하게 젖어서 나왔다. 마른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으며 방을 나가보니 육성재가 룸메 해장해준답시고 나름대로 요리를 했는지 냄비에 담긴 콩나물국이 나를 반긴다. 내가 아무리 짝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을이 되는 것..
1 [사랑이 끝나는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허무하다. 단절된 감정 하나하나의 나열이 아니라 예전부터 켜켜이 쌓인 감정의 분출이 이별이기 때문에 언제 크레딧이 내려갈 지는 상대도 자신도 모를 수 밖에 없다. 온갖 달콤한 대화들로 시작한 처음과 다르게 연애의 마지막에는 그런 추억은 없다는 듯 날 선 거절 혹은 절절한 애원들로 가득해 온 세상이 다 쓰다. 그렇게 허무한 이별을 올해 벌써 세번째로 꿋꿋이 해내는 이씨 가문 독자 이창섭, 너 대단하다.] “염병하네.” 아, 육성재 망할 놈. 저게 내 다이어리 또 봤다. 내 방에 처박혀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수상해서 밥 볶다 말고 와봤더니 숨겨둔 서랍 열쇠는 어떻게 찾았는지 굳이 따서 저 지랄이다. 지 성격마냥 개차반인 감상평은 보너스로 남겨두고 날 보는 표정..
성재 전소미 느낌으로 보고싶당. 기획사도 없는 섭이는 제일 먼저 등장했는데 친구 1도 없이 혼자 등장. 엄청 큰 피라미드에 쾅쾅한 조명 있고 하니까 쫄아서 혼자 소매잡고 오는데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입덕각. 피디한테 '아무데나 앉으면 돼여?' 하는데 전국적 눈물바다ㅠㅠㅜㅠㅜ 피디가 고개 끄덕이면 감사합니다 힛 하면서 웃고 자리 맨 앞에 앉음. 나중에 데뷔하고 왜 그랬냐 하니까 '그래야 인사하기 편하죠!' 여튼 그런 상황에 몇 번 참가자 더 들어오고 끼리끼리 들어온 터라 창섭이 옆에 한자리 남음. 섭이는 속으로 내 옆에 누가 앉을까? 이 생각하던 찰나에 성재 도착. 국내 대형 기획사 공개 연습생으로 존나 유명하고 아는 사람 다 아는 성재는 데뷔를 기다리는 팬들이 수두룩한 애였음. 다 놀라면서 견제 쩌는데 연..
육섭 짱 친함. 친군데 서로 게이인 걸 아는 사이. 커밍아웃이라기보다는 자연스레(?). 근데 얼마나 친하냐면 걍 침대에서 부비부비하고 잘 정도임 여튼 졸라 딱 붙어있는데 키스 이상 말고 다 한다고 생각하면 됨ㅇㅇ 근데 그렇게 딱 붙어있는 자세에서 이야기 주제는 성재 애인이나 창섭이 썸남 이야기. 창섭이 자취방이 시가지에서 좀 먼 곳이라 뒤에 산 있고 집들도 좀 띄엄띄엄 있는 빌라? 오피스텔? 에너 사는데 성재가 진짜 자주 옴 걍 거의 맨날 오는 편. 비번도 서로 아는 사인데 창섭이는 워낙 집돌이라 잘 안 돌아다니니까 성재가 자주 옴 섭이랑 성재랑 군대도 같이 가서 복학도 동시에 할 건데 아직 안 한 상태. 여튼 그런 육섭 보고싶음. 여튼 보고싶은 건 그런 거 아침에 둘이 한 침대에서 상탈한 채로 붙어서 ..
육성재는 입헌군주제 사우쓰코리아의 하나 뿐인 왕세자가 되시겠다. 궁과 같은 느낌. 그리고 우성알파임. 이 알오버스에서는 알파는 태어나기 전부터 발현이 되고 우성인지 열성인지도 당연히 알 수 있지만 오메가 발현은 25살 쯤에 다 되는 걸로. 왕실에서는 우성알파를 낳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국의 발현이 된 오메가 중에 제일 좋은 형질을 가지고 있는 오메가를 세자빈으로 들여. 성재는 둘째지만 위의 누나가 나라에서 정해주지 않은 평범한 오메가랑 눈이 맞아서 왕위를 포기해. 예정에도 없는 정략결혼을 하게된 육성재는 조금 꽁기한 기분.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다짜고짜 정략결혼은 너무하잖아. 게다가 누나의 배우자가 될 뻔한 오메가라니. 그렇게 사랑이 넘치는 결혼생활은 아닐 것 같아. 고로 성재는 세자빈이 될 ..
야구의 70%는 투수가 좌우한다. 그리고 포수는 투수의 70%를 좌우한다. 왼손잡이 포수는 없대지만, 포수가 날씬하지는 않대지만, 나는 야알못이지만 그래도 포수는 섭이로 배터리 만들어보장. 썰이니까 현실 집어치우공. 비토비즈(본투베이스볼)의 귀염둥이 섭이랑 개또라이 육. 둘이 맨날 붙어다니는데 덤앤더머 겸 우결 겸 환장의 배터리 투수 육이랑 포수 섭인데 그렇게 안 생겨서 포수하는 섭에 머글이나 야구비기너들은 꽤 놀라는 편. 심지어 왼손잡이인 것도 한몫함. 크보 최초의 왼손잡이 포수. 주전 포수는 은퇴가 가까웠는데도 20대 포수는 거의 전멸에 가까운 비투비즈 내에서 창섭의 데뷔는 팀의 사활이 걸렸을 정도. 창섭이 처음 2차 3라운드로 입단했을 때 웬 아이돌같은 놈에 비토비즈 팬들은 망했구나 싶었지만 고교야..
